충무로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후기/ 냉면계의 샤넬이라 불러다오/ 메뉴 및 가격포함


타는 듯한 여름 열기가 끝날줄 모르고 이글거리는 밤입니다. 밤인데도 이렇게 덥다니, 정말 에어컨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 더운 밤에 영화관 나들이만큼 좋은 것은 없죠. 푹신한 의자, 시원한 에어컨, 거대한 스크린까지 찌는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좋은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오늘은 시원함을 찾아 떠난 영화관 여행에 차가운 콤마를 하나 더 찍으려 합니다. 바로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냉면! 그것도 요즘 핫한, 아니 차가운 냉기로 유명한 평양냉면을 만나기 위해 필동면옥을 찾았습니다. 


서울 중구 필동


남산 서울타워가 보이는 필동 골목에서 한 컷. 


서울 필동면옥


사진을 찍은 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평양냉면계의 손꼽히는 맛집 필동면옥이 나옵니다. 



필동면옥 위치 지도





필동면옥 메뉴


필동면옥의 메뉴 및 가격입니다. 대중적인 면요리로 일본에 라멘이 있다면, 한국에는 냉면이 있죠. 일본의 라멘도 250엔(약 25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초저가 라멘부터 한 그릇에 3천엔이 넘는 초고가 라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 처럼, 한국의 냉명 시장도 5천원을 내면 천원을 거슬러주는 저가 냉면부터 2만원을 내도 오백원짜리 하나 돌려주지 않는 고가 냉면까지 넓은 시장을 형성합니다. 


평소에는 분식집이나 고기집에서 사이드처럼 나오는 냉면을 즐기곤 했습니다. 오늘은 냉면계의 샤넬, 평양냉면을 경험할 거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떨리네요. 



저녁시간이라 가게안은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더운 여름이라 더욱 분주한 가게안. 저는 평양냉면은 한 두번 접해본 수준의 초짜라, 아직 평냉맛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가게안의 사람들 표정에는 하나같이 맛있다! 즐겁다! 시원하다! 가 그려져있어, 저도 평냉의 내공을 쌓으면 저런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필동면옥 무반찬


물냉면 2개를 주문하자 먼저 나온 무반찬. 요 반찬이 참 맛있습니다. 새콤한 반찬은 참 신기하죠. 먹으면 먹을 수록 다른 음식을 더 먹고싶어지게 해주는 마술을 부리다니. 



따뜻한 면수. 구수해서 홀짝거리기 좋았습니다.


서울 평양냉면


드디어 등장한 소문의 평양냉면! 아마 제 인생 두번째 평냉이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이게 뭐지? 왜 냉면인데 아무맛이 안나지? 하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오늘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와줄지 궁금합니다.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평양냉면 고명


맑은 육수에 정갈하게 올라간 고명. 슴슴한 고기 육수에 고추가루로 향을 살짝 입힌 구성입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심심해보이는 비쥬얼.


충무로 냉면



처음 한 젓가락을 입안으로 안내했을 때는 여전히 물음표였습니다. 아무 맛도 안나... 평소에 달고 짜고 맵고... 자극적으로 먹는 것에 길들여진 제 혀는 슴슴한 음식의 대명사 평냉에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두 젓가락, 세 젓가락 먹으면서 조금씩 알게되더군요. 육수에 조용히 번져있는 깊은 감칠맛. 고기를 푹 우려냈을 때만 낼 수 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적인 맛. 냉면을 절반정도 먹으니 이해가 가는 것 같았습니다. 평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말하는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의 정체를. 


슴슴한, 쉽게 말해 싱거우면서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을 처음 평냉을 먹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의깊게 만나본 평냉의 국물에는 처음 한두번 먹어서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었네요. 지금도 사진을 보면 선명히 떠오르는 육수 본연의 감칠맛. 


이 맛이 바로 평냉의 맛이구나. 아쉽게도 그릇 바닥이 보일때가 되서야 뭔가 깨닳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네요. 처음은 아무것도 몰라 스치듯 지나쳤다면, 두번째는 어색하게 인사만하다가 서로 멀어지는 순간 옷깃을 확 끌어당긴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 세번째 만난다면, 평양 냉면은 어떤 모습으로 저에게 다가와줄까요. 충무로에 다시 가게되면, 새로운 표정의 평냉을 만날 기대에 설레일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달라진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잘먹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겠습니다. 




서울 냉면 맛집 하나 '청량리 할머니냉면'/ 남북정상회담 기념으로 매운 냉면 흡입! / 메뉴 포함


충무로 대한극장/ 어르신들도 친숙한 '반세기 역사'의 영화관 관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