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라 종종 찾는 가산은 비수를 감춘 맛집들이 숨어 있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찾은 춘천옥은 서울 가산동의 숨은 맛집 중 단연 탑클래스가 아닐까 합니다. 육즙이 촉촉하게 살아있는 보쌈이 맛있는 집. 춘천옥 입니다.
1980년부터 장사를 했다고 하니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간판을 다셨네요.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가게를 이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하지만 이곳의 보쌈 한 점을 입에 넣으면 금방 수긍하게 됩니다.
춘천옥 들어가는 길입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왼쪽에 메뉴와 가격이! 메뉴를 찍는 것을 깜빡잊었는데 마침 이렇게 사진에 남겨져 있었네요.
메뉴는 간단합니다. 보쌈, 메밀 막국수, 선지국밥 끝. 이렇게 정예화된 메뉴로 긴 세월을 버텼다는 것은 그만큼 메뉴 하나하나에 깊은 내공이 담겨있다는 뜻이겠죠.
저녁시간이라 1층은 만석이네요. 2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찬은 무척 단순합니다. 단무지와 열무김치인데,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주문한 보쌈이 나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보쌈같은데, 이 보쌈 진짜입니다.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삶았는지 촉촉하고 담백하면서 씹을 수록 고소함이 올라옵니다. 보쌈도 잘못 삶으면 퍽퍽하거나 질기기 쉬운데, 춘천옥의 보쌈은 마치 수분이 살아있는 것 처럼 탱탱합니다.
보쌈이 아무리 맛있어도 요 보쌈김치가 맛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죠. 춘천옥은 당연히 보쌈김치도 훌륭합니다. 담백한 보쌈을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한 보쌈김치는, 그냥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보쌈에 올려 먹을때 진짜 맛을 발휘합니다. 삼삼한 보쌈이 육즙을 모두 분출하고 분해되어갈 때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새콤한 맛을 마구 뿌려댑니다.
따로 먹으면 심심했을 보쌈과 간간했을 보쌈김치가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뤄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보쌈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구나 새삼 감탄하게 되네요.
아름다운 두 음식의 커플샷. 이 두가지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수십년 찾을 이유가 충분합니다.
보쌈 위에 보쌈김치를 올려서! 사진만 봐도 맛있군요.
촉촉하고 감칠맛나는 보쌈으로 이미 배안은 추석전날 경부고속도로가 되었지만, 메밀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보쌈이 이렇게 맛있는데 메밀 막국수가 맛있지 않을 수 없죠.
메밀 함량이 높은 막국수인듯 툭툭 끊어지는 면발이 마음에 드네요. 거친듯 향긋한 메밀향에 홀려 젓가락이 춤추듯 제 입안으로 국수를 던져넣습니다.
여기에 보쌈을 올려먹지 않을 수 없죠.
마지막까지 알뜰살뜰 황홀하게 맛있는 보쌈이네요.
가산의 보쌈집 춘천옥은 보쌈 하나로 40년의 세월을 견뎌온 강자입니다. 살아있는 듯 수분이 가득한 보쌈을 한 입 베어물면 반백년에 가까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날 좋은 음식을 먹으면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추천드릴만한 가게, 춘천옥이었습니다.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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