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신천지를 방문하면서 추천받은 식당 공작천채 孔雀川菜 를 찾았습니다. 사천음식 전문점이라 너무 매우면 어쩌지 걱정을 하고 찾았는데요, 맛있게 매운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좋은 식사였습니다.
옥색, 혹은 에매랄드색으로 장식된 공작천채의 외관. 고급스러운 모습에 기대감이 커집니다.
공작천채 Kongque 신천지점은 상하이 신티엔디에서 여행 일정을 소화한다면 찾아가기 좋은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입구도 에메랄드! 사진 왼쪽의 판낼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주기적으로 변경됩니다.
사천요리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고 입장.
정말 컨셉에 충실한 곳입니다. 색상만 보면 약간 블루보틀 느낌도 나네요.
2층도 있지만 올라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메인 요리가 된 해산물탕. 정말 맛있게 매운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음식이었죠.
자리에 앉았습니다. 창가 좋은 자리를 주셔서 밖을 구경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빙되는 물에는 레몬이 살짝 떠있습니다. 상해 여행 중 식당에서 먹은 물 중 가장 시원한 물이었습니다.
손을 닦는 물티슈도 감각이 넘칩니다.
아래 깔린 화집같은 책이 바로 메뉴판입니다.
공작이 그려져 있지는 않네요.
난생 처음보는 신기한 음식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딱 봐서는 매워보이지 않는 중국 해산물탕.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일단 사진만 보고 선택했습니다.
대구와 돼지고기로 만든 완자. 이 친구도 주문.
디저트로 왼쪽 상단의 바삭한 떡 구이와 호떡같이 생긴 빵을 주문했습니다.
음료는 오렌지 주스와 oleo hawthorn juice 를 주문했습니다.
손님들이 빠진 틈을 타 매장 사진을 찰칵!
옛날 옥으로 만들어진 궁전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나온 음료들. 사진의 음료는 oleo hawthorn juice 인데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맛...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완자 요리는 나오면서 서빙해주신 직원분이 먹기 좋게 잘라 주십니다.
색을 보니 딱 떠오르는 음식이 있는데...
아무리 봐도 딱 그 음식같아 보이는데...
맞습니다. 대구와 돼지고기 완자의 맛은 고급스럽고 덜 짠 스팸맛이었습니다.
상해 사천 요리 전문점에서 스팸맛 완자를 맛보다니 정말 신기한 기분이네요. 물론 스팸맛이 떠오를 뿐 스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맛이 납니다. 사천요리지만 맵지도 않구요. 그릇에 가득 담겨있는 소스에는 대단한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달걀 떡? 이라할 수 있는 음식. 영어로는 계란 라이스 케익이니 계란 쌀떡이죠.
밑에는 달콤한 시럽이 깔리고 위에는 콩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습니다.
맛은 살짝 구운 떡에 시럽을 묻힌 것과 비슷한데, 이것도 신기하게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식감이 그냥 쫄깃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떡의 식감보다는 쫀득한 떡 알갱이들이 망울망울 뭉쳐있는 느낌. 씹으면 쫀득한 떡 안에 더 쫀득한 알갱이들이 씹히면서 즐거움을 유발합니다.
단면을 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떡과 다르다는 느낌이 팍 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디저트는 딱 미니 호떡같이 생겼습니다.
노릇하게 잘 거워진 호떡.
안에는 단팥이 들어있는데 달지않고 담백합니다.
디저트를 먹는 동안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 해물탕.
새우, 오징어, 조개가 정말 가득합니다. 거기에 엄청 매워 보이는 고추, 산초도 가득이죠.
사진으로만 봐도 매움이 확 올라옵니다.
물론 저 고추와 산초는 장식입니다. 절대 먹어서는 안됩니다. 차원이 다른 매움이 기다리는 친구거든요.
우선 저 무섭게 생긴 고추와 산초 열매를 꺼내고 먹을 준비를 합니다.
국물부터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두려우니 홍합을 먼저 공략합니다. 국물보다는 못하지만 홍합도 강렬한 매움이 확 올라옵니다. 그런대 정말정말 신기하게 맛있습니다. 숫가락질이 두려울만큼 매운데도 먹고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만족감이 올라옵니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을 자극한다고 하죠.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한국의 신라면이라 불닭볶음면 같은 매운맛과는 완전 다른, 이걸 맵다보다는 다른 표현하는 단어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맛이 납니다.
먹는 그 순간은 엄첨 매워서 입을 벌리고 공기를 마구 흡입하게 되는데, 그 잠깐이 지나고 나면 입부터 위장 곳곳이 짜릿한 감각으로 가득해집니다. 혀만으로 느끼는 음식이 아닌, 음식이 타고 지나가는 모든 장기들로 느끼는 그런 음식이네요. 혀가 잠깐 매운것만 참을 수 있다면 다음으로 온몸으로 느껴지는 맛있음이 가득합니다.
상해의 신천지에서 처음으로 진짜 사천요리를 만났습니다. 사천요리는 무지막지하게 맵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그리고 그냥 매운것도 아니고 맛있게 맵다는 평가도 100% 진실이었습니다.
먹는 순간은 혀가 비명을 지르지만 다음순간 온몸을 휘감는 정체불명의 즐거움이 가득한 음식. 공작천채 레스토랑에서 만난 사천요리는 다음에 사천지방을 찾아가보고 싶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습니다. 과연 사천요리의 본고장 사천은 어떤 맛으로 저를 사로잡을지 기대됩니다. 공작천채, 정말 잘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