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완벽한 타인'을 손꼽다/ 여배우 염정아의 존재감이 더 없이 빛난 수작


개인적으로 한동안 한국영화를 배척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군도를 극장에서 보고 받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이후의 수많은 지뢰작들, 리얼같은 역대급 스트레이트로 명치가 너덜너덜해져, 한국영화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바들거렸습니다. 

하지만 태생은 속일 수 없는지 외국영화의 화려함보다는 한국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풍미 가득한 한국영화의 맛이 그리워지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한국영화 공포증을 씻어준 영화는 저를 한국영화 공포증의 구렁텅이에 던져버렸던 군도의 감독 윤종빈 이었습니다. 윤종빈 감독... 아니 감독님의 최근작 공작을 보고 다시 한국영화를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시성을 보며 영화의 완성도는 좀 그랬지만, 스펙타클한 액션장면은 나쁘지않았기에, 뭐 이정도면... 하는 생각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죠.


그리고 오늘 이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며 저의 한국영화 공포증은 씻은듯이 나았습니다.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영화를 봐야죠. 

정말 극장에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웃은 것이 얼마만인지... 저는 개그에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웃기려는 표정만 지어도 자지러지죠. 극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영화가 웃기려는 냄새만 풍겨도 웃어버리는 편인데, 남들 안웃을때 혼자서 꺄르륵 넘어가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이죠. 그래서 코미디 영화를 보러가기전에는 걱정이 많아집니다. 이번에도 혼자 웃거나 남들보다 먼저 웃어 버리는 건 아닐까.


영화 완벽한 타인 리뷰


완벽한 타인은 그런 걱정을 깔끔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제가 웃을때 남도 웃고 남이 웃을때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남들보다 한걸음 먼저 웃어버려 조금 머쓱해지기는 했지만, 괜찮습니다. 민망해지기 직전에 이미 남들도 저의 꺄르륵에 동참해주었거든요.






완벽한 타인은 2016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tti sconosciuti)》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이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정말 퍼펙트한 시나리오의 힘은 대단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리메이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넷플릭스에도 그 리메이크작이 방영될 예정이라 하니, 역시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가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완벽한 타인 후기


저는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와 다른 리메이크판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버전인 완벽한 타인가장 뛰어난 작품일거라 감히 예상합니다. 바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염정아의 존재때문이죠.


완벽한 타인의 여배우 염정아


염정아. 나 이대나온 여자야의 김혜수와 함께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국영화에 다시 없을 캐릭터 구로동 샤론스톤을 구축한 대단한 연기파 배우죠. 염정아를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한것 같습니다. 염정아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빛나고 화려한 외모에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한국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캐릭터까지 가진, 정말 완벽한 배우니까요.


제가 염정아를 처음 인식한 것은 장화, 홍련이었습니다. 그전에도 염정아의 필모들을 접해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죠.(테러리스트도 포함해서) 

하지만 장화, 홍련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두가지 얼굴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를 염정아는 완벽히 소화해냈습니다. 영화는 두 아역배우에게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극장을 나오는 저의 머릿속은 오로지 염정아 뿐이었습니다. 침대 밑을 보는 염정아의 흔들리는 눈빛. 저건 진짜다. 한국의 오드리 햅번이 나왔다.


염정아라는 배우


완벽한 타인에서 염정아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전업주부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전작 중 하나인 카트를 연상케하는 캐릭터지만, 카트보다는 억척이 쪽 빠진 느낌이죠.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린 대사, 아빠는... 은 정말 염정아가 아니면 누가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을만큼 염정아의 완벽한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내용을 다 알고 보면 재미가 좀 반감되는 장르의 완벽한 타인을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극이 아닌 염정아에게 빠져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욕망때문입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 평


완벽한 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찰진 대사와 급변하는 상황전개로 극을 이끌어갑니다. 휴대폰으로 오는 문자, 카톡 등에 등장인물들이 끌려간다는 점에서 어느 캐릭터 하나 능동적으로 상황을 주도하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휴대폰이 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그래서 관객들이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안전바만 잘 잡고있으면 영화가 알아서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들까지 얽히고 섥힌 상황안에 던져넣어 줍니다.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그저 평탄할뿐이라면 그만큼 지루한 경험도 없겠지만, 완벽한 타인의 꼬이고 꼬인 시나리오는 스릴넘치는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저는 엄청나게 만족했는데, 극장에서 함께 롤러코스터에 엉덩이 붙인 다른 관객들도 저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코메디 영화 완벽한 타인의 유해진


가부장적이고 신경질적인 유해진의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해진은 정말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는것은 완벽한 타인이 코미디 영화 첫주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했는데, 갱신전 최고작이 유해진 주연의 럭키였다고 하네요.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서진


이서진의 연기가 튄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저는 TV에서 이서진을 많이 만나보지않아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서진의 예능 프로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어색함을 느낄 수 있지만, 깔끔한 마스크에 훤칠한 키의 매력남 이서진이 지조 없는 사랑꾼으로 등장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완벽한 타인의 복선


완벽한 타인처럼 등장인물이 극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 극에 끌려다니는 영화는 얼마나 다양한 복선을 깔고 그것을 회수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아무런 복선도 없이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보는 사람은 자신이 영화의 흐름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죠. 

그런면에서 완벽한 타인은 매우 훌륭한 영화입니다. 초반 등장인물들의 어린시절 모습에서 부터 치밀하게 씨앗을 뿌립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미장센인줄 알았던 것들이 나중에 실한 사과, 배, 딸기가 되어 회수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되죠.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이럴줄 알았어!를 연발하게 만들어 몰입감이 두배가 되었습니다. 






완벽한 타인의 조진웅과 김지수


완벽한 타인의 조진웅


칭찬이 많았지만, 완벽한 타인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결말이 조금 허무하다는 것인데요, 사실 어떤 천재 감독이 와도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을 내지는 못했을거라 봅니다. 하지만 영화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최고의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인셉션 오마쥬


마지막 반지가 돌아가는 씬은 감독이 영화 인셉션을 오마쥬한 것이 맞다고 하는데, 그 장면을 보며 조금 김이 빠지기는 했습니다. 이제까지의 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강력한 한방을 기대했는데 그런것은 없었네요. 결말까지 포함해서 영화의 평점을 준다면 3.5 / 5 가 되겠습니다. 끝나기 15분전까지는 4.5점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감독의 절제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한국영화가 자주 하는 실수인 신파를 넣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고의 결말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했다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고 해줄만 합니다. 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 원작은 결말을 어떻게 냈는지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의 결말이 더 좋았다고 하는데, 다른 감독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완벽한 타인 결말


2018년이 아직 2달 가까이 남았지만, 저는 올해 한국영화 최고작으로 완벽한 타인을 꼽겠습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향후 5년간은 완벽한 타인을 넘을 작품은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나온다면 그 영화는 한국 영화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도 큰 발걸음 하나를 남기는 작품이 될거라 감히 예상합니다.



오랫만에 극장에서 실컷 웃었던 영화. 완벽한 타인. 아직 개봉 중이니 보지못한 분이 계시다면 추천합니다. 아, 연인끼리 가서 보기에 좋지 않은 점이 분명 있으니... 소개팅용 영화로는 선택하지 마세요.


한국 코메디 영화 추천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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