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관람평/ 영화에 '소설의 방식'을 잘못 적용한 것이 아쉽다


7년의 밤이 드디어 영화로 나왔다. 정유정 작가의 원작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기대를 하고 영화관에 앉았다. 


영화 7년의 밤 후기


7년의 밤 영화 리뷰


7년의 밤 영화와 원작 소설 비교


영화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야밤에 수몰된 '세령 마을'을 잠수하는 안승환(송새벽)의 모습은 공포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승환에게 잠수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댐 관리 소장, 수몰된 지역을 보며 불길한 말을 하는 무녀 등 이어지는 장면들은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고조시킨다. 


7년의 밤 줄거리


예감대로(혹은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령마을의 유지인 오영제(장동건)의 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영제의 딸 오세령(이레)을 죽인 이는 최현수(류승룡). 그가 세령마을 댐 경비팀장 자리를 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부인(문정희)의 성화로 미리 근무지 사택을 보러 갔다가 어린 아이를 로드킬했다. 누가 야밤에 야산에서 어린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올줄 알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났고 현수는 아이의 시체를 수몰지에 유기하는 선택을 한다. 








그 장면 후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샌 최현수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그는 이미 감옥에 갇힌 사형수 신분이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기 시작한 지점이다. 영화 초반부에 유지되던 긴장이 팍 가라앉고 그때부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의 흐름에 정신이 없어졌다. 


원작소설을 읽어 이미 7년의 밤 줄거리를 아는데도 그랬다. 영화만 본 이들은 더하지 않았을까. 

원작 소설이 현재와 과거를 여러 번 오간다고 영화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장르의 특성 상 캐릭터의 내면을 작가가 직접 서술할 수 있다. 소설 7년의 밤 역시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의 시선을 따라 독자가 긴장을 유지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7년의 밤 서원이


영화 7년의 밤의 경우 소설의 구성은 차용했으나 서원이의 역할이 축소돼 있다. 그보다는 최현수와 오영제의 갈등에 더 큰 비중이 맞춰져 있다. 

영화를 함께 본 빵응이는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였는데, 현수와 영제 두 캐릭터가  대립관계임에도 너무 닮아있어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가 감소한다고 평했다. 

나 역시 일부 동의한다. 7년의 밤 원작에서 현수는 곰같은 우직함을, 영제는 날카롭고 인간미가 좀 더 절제된 느낌이었다. 사실 영제가 과연 딸과 부인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만큼 사이코패스끼가 있을 정도다. 


7년의 밤 장동건, 오영제

영화에서는 현수와 영제 두 캐릭 모두  고통받고 고뇌하는 인간적 면모가 컸다. 오영제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다보니 스릴은 떨어지고 드라마적 면모가 커진다. 영화 구성과 더불어 안타까운 지점이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 자체와 7년의 밤의 영상미는 훌륭했다. 문제라면 소설의 문법을 영화에 잘 못 사용한 것이리라. 
차라리 시간 순으로 영화의 흐름을 진행하는 것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화차/ 완전 스포/ 여주 김민희에게는 찬사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완벽한 타인'을 손꼽다/ 여배우 염정아의 존재감이 더 없이 빛난 수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