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 '실화 혹은 판타지' 살펴보기 | 스파르타 전사들은 정말 그랬을까? / 스포주의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전세계 액션팬들을 사로잡은 영화 300.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감독 잭스나이더가 그만의 영상미를 마음껏 펼친 수작이죠. 잘아시는 것 처럼 영화 300BC 480년 8월 ~ 9월 그리스가 우리에게는 'Mr.관대한'으로 잘 알려진 크세르크세스의 침공에 맞서 싸운 테르모필레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역사적 사실이 그려져있지만 그중에는 고증따윈 무시하고 감독 마음대로 찍어버린 장면들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장면들이 역사적 사실이고 어떤 것이 뻥일까요? 


1.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정말 팬티에 망토만 두르고 싸웠을까?


지진이라도 난 듯 천지를 울리며 몰려오는 페리시아전사들을 팬티와 망토로 무장(?)한 복근쟁이들이 창과 방패로 혼내주는 영화!...라고 요약해도 부족함이 없는 영화 300의 전투장면을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저 시대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정말 조각한 듯 선명하게 파인 복근을 휘날리며 싸웠을까?



정답은 거짓. 청동 창날과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싸웠을리 없겠죠? 실제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가슴갑옷무릅과 정강이까지 빈틈없이 청동방어구를 착용해 가히 움직이는 청동덩어리가 되어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이미지처럼 복근을 자랑하며 전장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뜻이죠.)

(나중의 연구에 따르면, 300의 배경이 된 테르모필레 전투 당시에는, 청동 갑옷이 아닌 붉은 천을 입고 전투에 임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쨋든 망토에 팬티만 두른 것은 아니니 영화의 모습은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로 봐야죠.) 


영화 300 실제 스파르타 전사들 복장, 청동 갑옷

(실제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위의 이미지처럼 청동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섰습니다.)






2.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정말 300명으로 대제국 페르시아를 막아냈을까?


영화를 보면 크레르크세스가 페르시아 병력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할 때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아고 표현합니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르도토스는 이때의 페르시아 병력을 470만명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엄청난 과장이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7만 ~ 50만 정도의 숫자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역사의 아버지가 약 70배 ~ 10배 정도 허세를 부렸다는 이야기) 


대제국 페르시아에 맞서는 그리스의 병력은 헤르도토스는 5천명으로 기록했습니다만, 현대학자들은 대략 7천명정도였을거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침략군은 늘리고 아군숫자는 줄이는 그리스인 역사의 아버지)


영화 300 페르시아 병사들

(끝없이 밀려오는 페르시아 병사들)


잠깐, 7천명? 영화는 300인데, 그럼 나머지 6700명은 어디로? 영화 300에서는 테르모필레 전투에 참가한 스파르탄 300명만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300명의 복근쟁이, 아니 스파르타 전사뿐만아니라 1000명의 스파르타 외부 자유민, 3000명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시민, 그리고 3000명의 그리스 대륙 시민들 등 총 7,300명 정도가 전투에 참가했다고 하네요. 300명보다야 많은 숫자지만, 대제국 페르시아의 7만 ~ 50만의 병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죠.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동맹군은 테르모필레의 좁은 지형을 이용해 페르시아 대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영화에서도 왼쪽은 산, 오른쪽은 바다로 둘러쌓인 테르모필레의 좁은 지형이 잘 묘사되어 있죠. 


영화 300 테르모필레 전투


이렇게 좁은 지형에서는 사람수가 많아도 실제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병력수는 제한됩니다. 그래서 (영화와는 달리) 청동제 방어구로 중무장한 스파르타 병사들이 좁은 입구를 꽉 틀어쥐고 페르시아 병사들을 괴롭혔습니다. 영화의 결말처럼 300명의 스파르탄을 포함한 대다수의 그리스 동맹군은 우회로를 발견한 페르시아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분전으로 그리스는 뭉칠 수 있었고, 이어지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다.(영화 300의 후속편, 300:제국의 부활이 살라미스 해전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비록 300명이 페르시아 제국을 막아선 것은 아니지만, 1/10 도 안되는 병력으로 전쟁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친 스파르탄과 동맹군 병사들의 분투만큼은 역사적 진실이었습니다. 






3. 스파르타 전사들은 정말로 스타일리쉬하게 싸웠나?


스타일리쉬하면 홍콩의 오우삼에 비견되는 잭스나이더이기에, 그가 찍은 영화 300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타일리쉬 함으로 가득차있습니다. 특히 전투 중간중간에 복근을 자랑하며 청동방패로 페르시아 병사들의 뚝배기를 깨버리는 스파르탄들의 액션은 절제할 줄 모르는 감탄제조기라 하기에 충분합니다. 


(고대시대 스타일은 모조리 책임지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300의 스타일리쉬 전투씬)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스파르타 전사들의 전투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당백의 무쌍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실제 스파르탄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창을 길게 내민 전사들이 어깨와 어깨를 붙이고 밀집해있는 팔랑크스란 대형을 만들어 싸웠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하나처럼 똘똘뭉쳐 방패로 밀치고 창으로 찌르는 조직적인 전투를 수행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대열을이탈해 혼자 슈퍼히어로 놀이를 하는 것은 절대 금기였습니다. 방패로 방어를 하는 팔랑크스는 대열에서 이탈하는 병사가 생기면 당연히 그 병사가 있던 자리의 방어에 구멍이 생기고, 이런 균열은 결국 전체 병력을 위기에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영화 300 실제 스파르타 전사, 팔랑크스 대형

(팔랑크스는 이렇게 한마리의 고슴도치처럼 똘똘 뭉쳐 싸웠으며 대열의 이탈은 어떤 경우라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영화에서 보여주는 무쌍 장면들은 모두 거짓입니다. 다만, 스파르타 병사들이 일기당천의 대단한 병사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아온 최고의 병사들로, 1차 페르시아 침공때 육상전에서 숫적으로 우세한 페르시아 병사들을 물리치기도 했습니다.(이 전투가 우리에게 익숙한 마라톤 전투입니다.) 

비록 혼자서 종횡무진 적진을 뒤흔들지는 않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인간계 최종병기였던 것만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감독의 스타일리쉬에 대한 욕심(사실은 복근 욕심)이 반씩 섞여있는 영화 300.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평도 많이 듣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스파르타 용사들의 불굴의 의지가 잘 그려져 보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다음에는 300 : 제국의 부활을 보며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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