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회초년생이었을때 처음 라면이 아닌 일본식 라멘을 접했습니다. 면 요리가 다 그게 그거지... 라고 생각했던 저의 고정관념을 산산히 조각내어준 가게는 지금도 서현에서 성업 중인 유타로 였습니다. 진한 국물요리를 좋아하는 저에게 라멘은 푹 빠지기에 충분히 아니 넘치고 넘칠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 접한 이후 서울, 경기권의 라멘집을 찾아 많은 시간을 들였고, 결국에는 라멘을 먹기위해 일본까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가끔 봄바람에 마음 설레이듯이 일본의 진한 라멘이 먹고싶어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도 일본 못지않은 고수들이 있어 일본 라멘에 대한 그리움을 잠재워줬지만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난 듯 휑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처음 오레노라멘을 알게된 것은 인기 맛집 어플 망고플레이트에서 였습니다. 서울 홍대의 라멘집 중 평점이 가장 높길래 흥미가 생겼습니다. 홍대는 부탄츄를 비롯한 수많은 강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라멘계의 레드오션. 평점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열한 홍대에서 최고 평점을 달성했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오레노라멘.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오래노라멘은 합정역 부근 2층 건물에 위치해있습니다. 20년 경력의 라멘 마스터가 만드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 라멘이란 문구가 마음에 드네요.
오래노라멘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 ~ 밤 9시까지입니다. 중간에 브레이크타임이 있네요. 15시부터 17시까지는 재료준비시간 입니다.
오레노 라멘 인근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으니 쉬는 시간에 왔다면 잠깐 달콤한 시간을 보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2층에 올라가면 가게 앞에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준비되어 있으니 잠깐이라면 가게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오레노 라멘은 독특하게 가게 밖에 식권발매기가 있습니다. 가게안이 무척이나 좁거든요. 식권발매기 위에는 메뉴와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토리빠이탄. 토리빠이탄은 닭육수를 베이스로 한 라멘입니다.
부탄츄나 홍대라멘 트럭 등이 돈코츠, 돼지육수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면 오레노 라멘은 담백한 닭육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돼지의 진하지만 살짝 느끼하고 꼬릿~ 한 맛에 거부감이 드는 분이라면 안심하고 선택해도 좋은 육수가 바로 닭육수죠.
가게 내부는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왼쪽 구석벽에 등을 대고 찍었거든요. LG V20의 광각 카메라로 찍었는데 한번에 가게안이 다들어와 매우 흡족합니다.
오후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아직 손님이 없네요. 다음에는 라멘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자리에 앉아야겠습니다.
기다리던 라멘이 나왔습니다. 일단 겉모습은 단아하고 청초하네요. 닭육수를 사용한만큼 향도 무겁지 않습니다.
조금 가까이서 보니 통후추가 뿌려져 있습니다. 이 통후추가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국물을 묵직하게 눌러줍니다. 특히 닭고기 차슈 위에 뿌려진 후추는 싱거울 수 있는 닭고기 차슈의 풍미를 최대한으로 끌어내 줍니다.
닭가슴살로 만든 차슈를 먼저 집어들었습니다. 차슈 위에 얹어져 있는것은 다름아닌 캬라멜라이즈된 양파. 닭고기 차슈를 씹는 순간 고소함속에 숨어있던 양파의 달콤함이 입천장을 가격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통후추의 관절기! 맑은 닭육수와 달콤하게 볶아진 양파, 그리고 닭가슴살 차슈의 맛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줍니다. 마르코폴로가 후추를 얻고자 먼 대륙으로 배를 타고 파도를 헤친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면을 일반적은 중간 굵기에 살짝 단단합니다. 정말이지 딱 제 스타일입니다. 평소에 일부러 단단한 면을 주문해 먹는편입니다.
오레노 라멘의 면은 서서히 좁혀오는 치아사이에서 경쾌하게 몸을 흔들다가 어느순간 딱! 끊어지며 좋은 식감을 선물합니다. 면이 입안에서 춤주는 감촉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반숙계란. 말이 필요없습니다. 먹는 순간 계란을 하나 더 추가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완벽에 가까운 반숙형태.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며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노른자. 노른자와 이별해 슬픈 입안을 달래는 쫄깃한 흰자. 이 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혀위에서 로미오와 쥴리엣을 노래합니다.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집어든 차슈. 이것을 입에 넣고도 아직 하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잠깐 행복감에 젖어들어 봅니다.
정신을차리니 가게는 손님들로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감상으로 라멘을 즐기고 있는것 같습니다. 표정도 몸짓도 목소리도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지막 국물을 영접하기 전 한컷. 오레노 라멘은 일본 라멘병이 도질 때 저를 달래줄 수 있는 한국의 몇 안되는 라멘집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직감했습니다.
일본 여행이 그리워질 때, 큐슈 골목길을 돌아 전봇대 2개를 지나면 이름도 간판도 없이 오래된 깃발에 라멘이라고만 적힌 가게문을 열고 한국말 모르는 주인장에게 돈코츠 구다사이 서툰 일본어로 주문하고 싶은, 그래서 김이 서린 안경을 닦으며 진한 국물을 쭈욱 마시고 싶을 때,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비행기표를 예매하다 밀린 회사업무 생각에 잔뜩 떠있는 팝업들을 하나하나 닫는 바로 그때, 생각날 라멘집입니다. 오레노 라멘은.
잘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신세지겠습니다.
홍대 라멘의 강타자! 부탄츄 | 드래곤멘 면종류 선택, 울퉁불퉁 식감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