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과 성난 일인치 영화평/ 트랜스젠더? 복잡한 설명은 필요 없어, 그저 사랑이야 Hedwig


영화 헤드윅과 성난 일인치(이하 헤드윅)은 분명 복잡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헤드윅(본명은 한셀 슈미트)은 동성애 성향의 트랜스젠더죠. 거기다 동독 출신으로 성전환 후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가 버림받는, 그야말로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퀴어 성향의 주인공과 소수자를 상징하는 주변인물들로 인해 영화 헤드윅은 주류라 불리는 철길에서 많이 벗어나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영화 헤드윅과 성난 일인치 리뷰


하지만 영화 헤드윅을 보는 내내, 이것이 우리가 주류라 생각하는 이성애 영화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그저 이성애자였다면, 트랜스젠더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 헤드윅이 독특한 영화라 평가받을 이유는 없었거든요. 헤드윅은 그냥 사랑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국경을 넘었다가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가 또 버림받는 이야기.


헤드윅


많은 뮤지컬영화가 그러하듯, 헤드윅도 스토리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설정이 좀 독특한데, 주인공의 밴드 헤드윅과 성난 일인치토미라는 락 스타의 콘서트를 쫓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중입니다. 

토미가 헤드윅의 곡을 가져가 대단한 스타가 되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헤드윅의 주장에 따르면) 그래서 헤드윅과 성난 일인치는 토미의 콘서트장을 쫓아다니며 언론의 관심을 끌고자 합니다. 토미가 훔쳐간 자신의 노래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겠다는 거죠.


헤드윅과 성난 일인치


토미를 따라 여러곳을 전전하며 노래를 하는 것이 이 영화, 헤드윅의 전부입니다. 그러면서 헤드윅은 자신의 지난날을 노래를 통해 알려주죠. 헤드윅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구해도 이런 기구한 운명이 없습니다.


헤드윅 어린 시절


공산진영인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미군 아버지를 포함한 수많은 남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헤드윅. 희망없는 공산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출구를 찾던 중, 한 미군과 사랑에 빠져 불법 성전환수술까지 받아가며 미국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 미군이 바람을 피면서 사랑은 끝이납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죠. 


알바 등을 하면서 살다가 토미를 만나 같이 음악활동 함께 하며 연인 관계가 되는데, 헤드윅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안 토미는 도망쳐 버리죠. 그런데 자신의 곡을 훔쳐간 토미가 슈퍼 스타가 되는 상황까지. 이게 실화라면 당한 사람은 분명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헤드윅 주연 겸 감독은 존 카메론 미첼


영화 헤드윅의 대본과 감독은 뮤지컬에서도 대본 및 헤드윅을 연기한 존 카메론 미첼이 맡았습니다. 영화와 뮤지컬은 조금의 차이를 보이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하네요. 


헤드윅 줄거리


토미를 따라 여러 지역을 전전하는 헤드윅의 복잡한 심리는 보는 내내 마음을 애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왜 사랑때문에 아파야하는가. 내 반쪽은 어디에 있을까. 

헤드윅은 자신을 버린 미군 슈가 대디도, 토미도 사랑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진짜 절반을 찾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원히 탈콤한 사탕은 없듯, 두 사랑 모두 이내 입안에서 녹아 사라집니다.


헤드윅 밴드 성난 일인치


헤드윅 주제가 사랑의 기원 the origin of love


영화의 대표곡 The Origin of Love 을 들으면 자신의 젠더를 떠나 사랑을 갈구하는 헤드윅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노래는, 태초에 인간은 4개의 팔, 다리를 가지고 둘이 붙어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다 신의 질투를 사 번개를 맞고 둘로 나눠졌다고 하죠. 그때부터 사람은 자신의 찢어진 반쪽을 그리워하게 되었고 이것이 사랑의 기원이라고 하는 노래. 


헤드윅과 플라톤 향연의 인간 반쪽



뮤지컬, 영화 헤드윅의 대표곡이라 하기에 손색없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 주제를 관통하는 흐름이 뛰어난 곡입니다. 이 노래로 주인공 헤드윅의 마음, 운명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전달 받을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 영화 헤드윅


자신을 인정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갈구하는 모습. 그것은 성별을 떠나,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헤드윅은 이런저런 설정들이 잔뜩 붙어있지만, 포장을 한장 벗겨내면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헤드윅의 성적 지향


저는 특정 성적 지향을 지지하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저에게 생선요리를 먹을때 화이트 와인이 좋은가, 아니면 레드와이인 올바른가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생선요리와 와인은 전혀 무관심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헤드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적 지향도 마찬가지죠. 저는 전혀 관심없습니다. 이런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제 성향은 그렇습니다.



편견이 생길것도 없는 깊은 무관심의 영역이라, 저에게 이 영화 헤드윅은 평단의 평가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의 애절함. 노래가 엄청 좋다. 주인공을 버리는 미군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헤드윅의 미군 장면


(영화의 백미였던 미군 아저씨 장면. 목소리가 너무 좋아, 주인공의 심정이 강제로 이해되어버리는 순간)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목소리 좋은 미군 아저씨를 따라가기로 결심한 주인공)


헤드윅 엄마


(...을 놀란 눈으로 보는 엄마... 인데 더 놀라운 제안을 한다...)



물론 제도권에서 한치도 벗어남없는 삶은 레일 위의 기차처럼 따르고 있는 저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이 없을수 없겠죠. 제가 그분들을 접해보지 못해서 모르고 있는 잘못된 인식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래도 그런 부분들을 벗어나려 노력한다면, 이 영화 헤드윅을 평범한 영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헤드윅 이츠학과 밴드 멤버들


당장 나의 이야기라고 바꿔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로 말이죠. 누구나 사랑을 갈구하지 않습니까?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사랑주고 싶고 사랑하고 싶죠. 영화는 그저 그 당연한 사실을 상영시간 내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뿐이죠.






헤드윅 토미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 헤드윅의 시선에서 진행됩니다. 영화 후반부에 토미가 헤드윅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그렇죠. 정말 토미가 헤드윅에게 저런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연출자체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진행되 모든것은 헤드윅의 환상일 수도 진실일 수도, 반씩 섞였을 수도 있죠.



헤드윅 결말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부정할 수 없는 한가지는 우리는 사랑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구요.


헤드윅 토미 노래


사랑의 기원을 부정하는 발언이지만, 저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싫어하는 편이죠.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데, 사랑까지도 알 수없는 누군가가 정해준 상대와 해야하다니. 거부하겠습니다. 누군가 내 운명의 상대다. 그래서 그 사람과 이어져야 한다. 싫습니다. 저는 운명같은 거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것입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말고 다른 운명의 상대가 있다면, 거부하겠습니다. 제 진짜 사랑은 제가 선택하는 것이지 운명이 정해주지 않습니다.




저만의 해석입니다만, 영화 헤드윅도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주어진 성별, 주어진 상황, 모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날때부터 갖춰져있던 것들은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헤드윅 midnight radio


주인공 헤드윅 Hedwig은 마지막 공연에서 Midnight Radio 를 가발을 벗은 채 부릅니다. 어떤 평론에서 헤드윅이 자신의 성별을 인정하는 순응적인 모습이라 평가했던 이 장면에서, 저는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헤드윅이 결국 자신이 되었다. 

헤드윅이 가발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발의 모습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라? 혹시 자신의 성적 지향때문에 주변의 은근한 기대가 갈색 머리위에 금발 가발을 올리도록 유도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많은 락앤롤 스타들을 추앙하며 헤드윅은 주변의 시선을 벗어버린 것이구요.


헤드윅 가발 벗은 모습


이 순간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자신이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니까 그냥 그렇지않을까 할 뿐이죠. 하지만 저는 저를 포함해 진짜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할 것입니다. 헤드윅을 보고나니, 그렇게 하고 싶어지네요.


헤드윅 남장여자 이츠학


좋은 영화 헤드윅. 복잡한 설명은 걷어내면 그냥 사랑 영화일뿐이죠.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헤드윅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이츠학의 사진으로 끝맺음하겠습니다. 뮤지컬 설정으로는 남자라고 하는데 여배우가 연기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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