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맛집/ 택시 기사가 추천해주는 '영미 오리탕'/ 오리탕 반마리와 메뉴 포함


사정이 있어 최소 1년에 한두번은 찾게 되는 광주 입니다.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광주는 참 맛있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광주 갈 때마다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들을 찾아다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죠. 그래도 맛있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광주 하면 빠질 수 없는 음식, 오리탕을 먹고 왔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오리탕 거리에 갔을 때는 모든 오리탕집에 오리가 떨어지는 비극을 경험했는데, 그때는 마침 복날이었죠. 다행이 이번에는 오리가 떨어지지 않아 광주의 진미, 오리탕을 실컷 즐기고 왔습니다.


영미오리탕



광주 오리탕거리


광주는 오리탕이 유명합니다. 오리탕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죠. 오리탕집이 너무 많아서 결정장애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럴 때 사용하는 필살기가 있습니다. 바로 택시 기사님께 물어보기! 택시 기사님께서 자신있게 추천해주신 영미 오리탕으로 돌진했습니다. 



냉장고에 가득한 방속출현 이력들. 물론 이 오리탕 거리에 이정도 방송 못탄 집은 없기 때문에 그냥 뭐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저녁 먹기에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서 아직 사람들이 많이 없습니다.


광주 영미오리탕 메뉴


영미 오리탕의 메뉴는 단촐합니다. 그만큼 전문화 되어있다는 뜻이겠죠. 3명이 오리탕 한마리를 주문하려 했으나 반마리면 충분하다고 하셔서 일단 반마리를 시켰습니다. 아니 치킨도 일인 일닭하는 시대에 3명이라 반마리라니. 

그런데 반마리로도 충분했습니다. 맛있는 녀석들급 대식가가 아니시라면 참고해주세요. 오리는 닭이 아닙니다. 





뚝배기에 나온 오리탕 반마리 입니다. 그리고 미나리가 듬뿍!


광주 맛집 영미오리탕


오리탕에도 이미 미나리가 듬쭉 들어가 있는데, 미나리를 또줍니다. 거기다 메뉴를 보면 미나리를 추가할 수 있네요. 아니 누가 미나리를 이렇게 먹습니까? 추가는 커녕 나온 미나리 반도 못먹겠는데... 라고 생각했으나 오산이었습니다. 곧 사진속 저 미나리는 게눈 감추듯 사라집니다. 




찬거리는 평범합니다. 주목할 것은 바로 저 들깨가루. 오리탕의 하이라이트는 미나리와 저 들깨가루죠. 들깨가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데 좋다고 합니다. 광주 시민 분들은 오리탕 덕분에 혈관만큼은 건강할 것 같습니다. 





광주 오리탕


한소큼 푸욱 끓여낸 오리탕입니다. 미나리도 잘 익었네요.





미나리를 접시에 담아 먼저 맛을 봅니다. 향긋함이 꽉 들어찬 미나리가 입맛을 유혹합니다. 거기가 국물은 어찌나 진하고 고소한지. 들깨가루가 안그래도 고소한 국물을 마구마구 고소합니다. 푹 우려낸 오리에 미나리와 들깨의 조합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환상의 조합이었습니다. 










미나리와 들깨에 흠뻑 빠졌다면 다음은 오리고기 차례입니다. 오리탕의 진한 국물이 듬뿍 배어있는 고기는 감동이네요. 들깨로 고소함이 2개가 된 국물과 만나 다른 오리 요리는 보여주지 못했던 정상의 고소함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잡내를 잡아주고 향긋함을 더해주는 미나리의 훌륭한 지원까지. 

단순히 닭볶음탕에서 닭만 오리로 바꾼 것이 오리탕이겠지 생각했던 저의 섣부른 예단을 혼내주고 싶네요. 




이제 KTX를 타면 서울 - 부산을 2시간 대에 끊을 수 있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 한국의 맛있는 음식은 모두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방가도 뭐 대단한 것 있겠어? 부산 밀면도 서울에서 팔던데... 그렇게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출장으로 또는 여행으로 부산이며 광주며 전주, 군산, 강릉, 통영 등 조금씩 수도권을 벗어나보니 알겠더라구요. 아, 서울에서 먹은 밀면은 진짜 밀면이 아니었구나. 내가 바로 흔히 말하는 그 서울 촌놈, 그중에서도 깡촌놈이구나. 


광주에서 오리탕을 접하기 전에도 그랬습니다. 오리로 만드는 요리라고 해봤자, 닭요리에서 닭만 오리로 바꾼거 아냐. 그걸 뭐 광주까지 와서 먹어. 얕은 생각이었죠. 정말로 순진했습니다. 영미 오리탕에서 깊은 오리 국물과 들깨 미나리의 3단 콤보를 맞아보니 알겠습니다. 우물안 개구리는 자기가 우물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우물안에 오래 있을 수록 거만해진다.


아직 광주 오리탕을 접해보기 전인 분이 계신다면, 일부러 광주까지 찾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광주에서 만나는 오리탕은. 오리 요리 별거없다는 생각은 우물에서 논하는 지평선의 단촐함이요 수평선의 유한함입니다. 서울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장르가 다른 음식! 저를 우물바닥에서 세상으로 걷어차준 음식! 광주의 영미 오리탕이었습니다. 잘먹었습니다. 




광주 맛집 여행 / 화랑궁회관 육회 비빔밥, 무진보 오리 주물럭... '뭘 먹어도 맛있다더니'


백종원의 3대천왕 '송정떡갈비'/ 맛집 많은 광주에서도 40년 버틴 기본기/ 떡갈비, 육회비빔밥 후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