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편에 이어 이라크전과 관련된 영화를 한 편 소개드립니다.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는 '심각한 부상'을 뜻하는 미군 은어로 극중에서 전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허트 로커의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페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의 젋은 시절에 푹 빠질 수 있는 영화 폭풍속으로 를 연출해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감독입니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허트 로커로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 남편 카메론(우리가 아는 아바타의 그 제임스 카메론)을 제치고 감독상, 작품상 등을 비롯해 음향 편집, 음향 효과, 촬영, 편집 부문까지 모두 6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캐서린 비글로우의 감독상 수상은 아카데미에서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 수상입니다.
전쟁영화 허트 로커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국, 그 중에서도 EOD(폭발물 제거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 2시간동안 이라크에 가 있었다. ] 는 네이버 영화 리뷰의 한 구절을 빌려오고 싶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음향 편집, 음향 효과, 촬영상을 받았을 만큼 긴장넘치는 전장의 현장을 스크린에 실감나게 재현했습니다. 폭탄이 해체하는 씬에서는 콜라마시는 것도 잊고 화면으로 점점 고개를 내밀었고 폭탄이 터지는 순간에는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를 만큼 전쟁의 참상과 공포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반면 영화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습니다.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 없이 그냥 새로운 팀장이 들어온 EOD팀이 겪는 고난이야기입니다. 어떤 영화같은 서사전개도 없습니다. 정말 이라크에 주둔했던 어느 평범한 미군의 일기를 한부분 발췌해서 보여주는 것 처럼 이야기의 굴곡없이 흘러갑니다.
이런 평평한 서사가 극의 실제감과 긴장감을 높여주는 반면, 그런 부분을 빼면 그저 연출을 끝내주게 한 일상이야기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당연히 극적 반전 같은 것도 없죠. 관람하시기 전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하 게임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나갑니다. 극적인 전개가 없으니 대단한 스포는 없습니다. 게다가 허트 로커는 연출과 편집의 쫄깃함을 즐겨야 하는 영화니 아래 스포를 보셔도 감상에 큰 무리는 없지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꺼진 스포 다시보고 자나깨나 스포주의니 스포방지선을 넘기전에 잠깐 고민 부탁드립니다.
----- 스포방지선 -----
영화는 전쟁이 마약이라고 하며 시작합니다. 허트 로커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허트 로커는 전쟁에 중독된 사람이 점점 목숨을 건 도박에 침착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주변 사람은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도 보여주죠.
폭발물이 도처에 깔린 전장 이라크. EOD의 폭발물 처리 로봇이 폭탄을 해제하기 위해 굴러갑니다.
잘굴러가던 폭발물 처리 로봇에 문제가 생기고, 톰슨은 방호복을 입고 직접 폭발물을 처리합니다. 톰슨 역할에는 가이피어스가 열연했습니다. 정말 열연했습니다. 왜 열연인지는 밑에서...
예정된 수순으로 폭탄이 폭발하고 톰슨은 폭발에 휘말리고 맙니다. 영화에서 가장 장대하고 웅장한 폭발씬을 보여주며 톰슨은 사망하고 맙니다.
톰슨의 유품을 정리하는 부하 센본.
얼마뒤 톰슨의 후임으로 제임스가 배속되어 옵니다. 제임스는 제레미 레너, 그의 부하 센본은 앤서니 매키가 분했습니다.
재밌게도 앞서 열연을 끝으로 영화에서 퇴장한 가이피어스까지 마블 히어로물에 등장했었죠. 가이피어스는 아이언맨3편의 악역 올드리치 킬리언, 제레미 레너는 호크아이, 앤서니 매키는 팔콘으로 각각 등장합니다. 특히 호크아이와 팔콘은 시빌 워에서 캡팀 아메리카의 팀으로 등장해 합을 맞추죠.
허트 로커는 2008년 제작된 영화로 이때 당시 제레미 레너와 앤서니 매키는 지금같이 인지도 있는 배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허트 로커로 제레미 레너는 보스톤 영화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외 6개 남우주연상,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Breakthrough Performance상 수상 및 워싱턴 D.C. 영화 비평가 협회 Best Ensemble상 외 11개 상 후보에 오르며 자신의 커리어에 상승곡선을 이뤄내죠.
쉼틈 없이 발견되는 폭발물. 이라크전 첫 임무에 투입된 제임스는 폭발물 처리 로봇을 보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폭발물을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아프카니스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으로 묘사되는 제임스의 무모한 행동에 센본은 걱정이 앞섭니다.
역시나 갑자기 연막탄을 터뜨리고 지나가던 운전자에게 총을 겨누는 제임스.
천신만고끝에 주변 수 블럭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폭발물을 해체하는 데 성공합니다.
제임스 EOD팀의 또다른 구성원 앨드리지. 그는 전쟁의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센본 또한 전쟁을 두려워하고 있죠. 마치 목숨을 내놓고 도박을 하는 것 같은 제임스의 존재는 그래서 이상한 혹은 미친 것 처럼 두 사람에게 보여집니다.
전날 보여준 제임스의 무모함을 비판하는 센본. 제임스의 행동은 자신뿐만 아니라 팀원 전부, 그리고 주변의 미군과 이라크 주민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건물의 주차장에서 폭발물이 장착된 자동차가 발견. EOD팀이 출동합니다.
폭발물 해체 중에 저격수에 의해 차량에 불이나고, 이를 재빨리 진압하는 제임스. 폭발물로 가득찬 불난 자동차를 소화기 하나로 제압하는 모습에서 실력만큼은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신히 불을 껐지만 발견되지 않은 기폭장치. 주변에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고 어디서 또 언제 저격이나 원격 폭발 시도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 센본은 후퇴하고 공병대에게 폭발물을 맡기자고 하지만 제임스는 방호복까지 벗어던지고 폭발물 해체를 시도합니다.
기폭장치를 찾아낸 제임스. 하지만 이는 너무도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래도 함께 작전을 펼쳤던 대령은 제임스를 치하합니다. 대령 역할에는 데이비드 모스가 열연했습니다.
베컴이라는 이라크 소년과 교감을 나누는 제임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엘드리지는 이미지 왼쪽의 군의관에게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임스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긴 엘드리지는 그 사실에 분노합니다. 이때 군의관은 그것도 나름의 경험이라고 답변하는데...
실전 경험도 없으면서! 엘드리지는 군의관에게 대답하고 맙니다.
폭발물을 처리하던 EOD팀은 사막에서 수상한 무리를 만납니다. 그들은 현상수배범은 잡고 귀환 중에 타이어가 펑크가 난 민간군사기업 소속 병사들이었습니다. 거의가 전직 미군들로 이뤄진 베테랑들이죠.
민간군사기업(PMC)의 리더는 레이프 파인슨이 맡았습니다. 레이프 파인슨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호텔 지배인 무슈 귀스타브 역으로 인상 깊은 배우입니다. 상복이 없는 배우로도 유명하시다고...
갑자기 기습을 당하는 EOD팀과 PMC는 EOD팀의 맹활약으로 위기를 벗어납니다. 이때 엘드리지는 처음 사람을 죽여보는 것 같은 묘사를 보여줍니다. 이로인해 전쟁의 상처가 점점 깊어지는 엘드리지.
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위기에 빠질 수록 점점 전쟁에 중독되어 갑니다. 잠을 자기 전에도 방호복 헬멧을 쓰고 전장의 감각을 되살리는 모습에서 마약같은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폭발물 제조 공장을 급습하는 EOD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서사 구조가 특별히 없어, 이야기가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쨋든 이번에는 폭발물 제조 공장입니다.
그곳에서 제임스는 인간폭탄으로 활용되려다 죽은 소년을 발견합니다. 앞서 교감을 나눴던 소년 베컴이라 생각한 제임스는, 이후 베컴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위험한 이라크 골목으로 나가지만... 사실 베컴은 멀쩡히 살아있었습니다. 여기가 영화의 1/3 이 끝난 상태였는데, 이 부분에서 어... 갑자기 영화가 하드보일드 혹은 스릴러로 바뀌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그런거 없이 그냥 씬이 전화되고 끝납니다.
아직 폭발물제조공장 씬입니다. 공장 밖에서는 엘드리지의 실전경험 이야기를 들은 군의관이 엘드리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위험한 폭발물 제거 임무에 동행합니다.
그리고 또 역시나... 폭탄의 희생양이 되어 산화됩니다. 개인적으로 군의관의 험비 안에서 보는 폭발씬 묘사가 너무 갑작스럽고 리얼해 한참을 숨을 멈추고 화면만 지켜봤습니다. 갑자기 벌어지는 폭발 앞에 이다지도 무기력한 인간임이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엘드리지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다시 새로운 폭발물 사건 현장. 이번에는 유조차가 폭발했습니다. 제가 뭔가 이야기를 빼먹는 것 같겠지만 영화는 정말 이렇게 전개됩니다. 서사 없습니다. 진짜 없습니다.
유조차 폭발의 범인을 찾기위해 제임스는 무리한 작전을 펼칩니다. EOD팀이 범인 색출이라니 말도 안되죠. 결국 엘드리지는 다리에 총을 맞고 후방으로 후송됩니다. 제임스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는 엘드리지.
이번에는 강제로 폭발물 조끼가 입혀진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폭발물을 해체해 달라고 합니다. 수많은 자물쇠에 시한장치까지 설치되어 있는 상황. 거기가 시한장치는 고작 2분 남았습니다. 제임스는 어떻게 해서든 폭탄을 해체하려하고 다른 미군들은 그냥 남자를 쏴서 사건을 종결시키자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폭탄을 해체하는 제임스. 센본은 제임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며 후퇴하라고 하지만, 시한장치의 제한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제임스는 정말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을 즐기는 것처럼, 혹은 죄없이 인간 폭탄이 된 남자를 살리기 위하고 싶은 것처럼.
결국 폭탄은 처지고 남자는 산화합니다. 그리고 제임스와 센본은 폭발에 가벼운 부상을 입습니다.
자신의 전쟁 중독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제임스. 그는 곧 본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본국으로 돌아와 일상을 살지만, 제임스는 자신이 이미 전쟁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전장에서 분출되는 아드레날린뿐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고백하는 제임스.
그는 새로운 부대 소속으로 전쟁터로 돌아옵니다.
영화 허트로커는 이라크 전장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던지면서, 전쟁에 중독된 남자의 모습을 함께 보여줍니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는 스토리라인은 심심하지만, 전쟁터의 처절함을 생생히 살려낸 연출력이 돋보이는 걸작입니다. 자신있게 추천하는 영화 허트로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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