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줄거리와 결말(스포 주의) | 효율적 사회 시스템에서 배제된 이웃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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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1. 22. 00:07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2016년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켄 로치 감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 이어 두번째 수상입니다.)
영화는 영국 뉴캐슬을 배경으로 선별복지의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회시스템에 의해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어려운 삶을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때문에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외국영화지만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예술영화로서는 좋은 흥행인 6만명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우리 주위의 문제를 담고 있어, 관람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의 장면들이 뇌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있지만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노련한 연출력과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힘으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절정에 이르는 후반부에는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게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죠. 영화관을 나서면서 칸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할만한 작품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감상을 적겠습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주의해주세요. 스포를 알고 봐도 좋은 영화지만 마지막 한방이 있으니 영화를 관람하실 예정이시라면 마지막의 스포방지선에서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심장마비로 인해 직장을 잃은 다니엘은 정부의 수당을 받기 위해 거절당합니다. 심장을 제외한 다른 곳은 문제가 없다는 판정때문이죠. 이로인해 수당을 받기위해서는 구직활동을 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심장문제로 직장을 잃어 수당이 필요한데, 수당을 받으려면 직장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진 다니엘.
구직활동을 해야만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판정에 항소를 하려하지만 항소는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가능합니다. 평생 목수로 살아온 환갑의 다니엘은 마우스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이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탄식을 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편의를 줄 거라 생각했던 저에게 마우스를 모니터에 가져가는 다니엘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이런 기술의 발달들이 도리어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감있게 다가왔습니다.
항소하기 위해 찾은 관청에서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와 그 아이들을 만난 다니엘. 케이티는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길을 헤매는 바람에 관청에 늦게 도착하고 이때문에 중요한 수당을 받지 못하게됩니다.
직원들과 실랑이하는 케이티를 도와주려다 같이 관청에서 퇴거당하는 다니엘. 이런 따뜻한 다니엘 역은 데이브 존스가 연기했습니다. 데이브 존스는 2016 영국 독립 영화상(British Independent Film Awards)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케이티 가족과 교감하며 생활하는 다니엘. 목수인 자신의 기술을 살려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없는 살림이지만 음식도 케이티 식구들과 나눕니다.
혼자 몸으로 아이 둘을 키워야하는 케이티의 사정도 어렵습니다. 케이티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영화의 배경인 뉴캐슬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죠. 안정된 직업이 없고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을만큼 교육받지도 못한 케이티에게 아이둘을 키우는 엄마역할은 너무 버거웠습니다.
언제나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죠. 열심히 일하지만 처음 출발선이 달랐던 케이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난의 챗바퀴를 도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식료품 구호소에서 배고픔을 이기지못하고 그 자리에서 토마토 소스 통조림을 따 마구 먹고마는 케이티. 열심히 일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허덕이는 케이티의 모습을 보며, 시스템이란 장벽에 갇힌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시스템의 강건함에 쓰러지는 케이티는 사실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을 보며 자신의 노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비판하는 선별복지를 넘어선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 등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이 될까요.
기계화와 인공지능의 대두로 인해 점점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실속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써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씬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다니엘의 위로에 울음을 그치는 케이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겠죠. 그리고 영화도 그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아이 학용품을 사주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 케이티. 다니엘은 원치않는 일을 하는 케이티를 보며 가슴아파 합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의 세간마저 모두 처분하는 다니엘. 다니엘의 이웃이 이런 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다니엘은 관청의 벽에 마커로 자신의 주장을 적습니다. 자신이 겪은 부당함, 일을 못해 필요한 수당을 얻으려면 일을 해야하는 아이러니와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하죠. 그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습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는 다니에. 이 장면이 참으로 뭉클했습니다.
부당한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보는 다니엘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저렇게 자존심을 지키고자, 끝까지 인간이고자 노력할 수 있을까 되짚어 보았습니다.
이하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가 나옵니다.
----- 스포방지선 -----
관청직원에서 쫓겨나는 다니엘. 이 일로 다니엘은 크게 상심하고 케이티가족과도 연락을 끊습니다.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죠.
하지만 다시 마음을 열게되는 다니엘. 시스템이 짓눌린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교감임을 말하는 장면입니다.
감독도 이렇게 말했죠. 결국 희망은 사람이다.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던 켄 로치 감독이지만 영화는 희망없는 전개로 흘러갑니다.
다니엘은 부당한 수당 지급불가 결정에 항소하고 담당 변호사는 승소를 자신합니다.
하지만 항소하기 직전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반전도 없이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이런 매마른 시선이 영화를 더욱 현실감있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 주었지만, 이 마지막 장면에서 슬픔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다니엘과 케이티가 승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이런 결말이 나와 슬펐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부분이 영화의 가치를 해치지 않습니다. 도리어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 고통을 사람들은 겪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보듬으며 시스템에 항거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수정임을 함께 역설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될 수록 그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사회의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적으로만 주어지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때가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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