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랑켄슈타인(2025) ★ ★ ★ ★ ☆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오스카 아이작(빅터 프랑켄슈타인), 제이컵 엘로디(크리처), 미아 고스(엘리자베스 하를랜더), 크리스토프 발츠(하인리히 하를랜더), 펠릭스 카머러(윌리멍 프랑켄슈타인), 찰스 댄스(레오폴드 프랑켄슈타인 남작)
각본: 기예르모 델 토로
장르: 드라마, SF영화, 호러 영화, 시대물, 도서 원작 영화
세줄평: 미장센과 대사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 영화. 크리처물인데 호러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 두려움을 이겨내야 이해할 수 있다.
명장면
✦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창조한 크리처를 없애려고 건물에 불을 지른다. 빅터라는 단어 밖에 내뱉지 못하고 상처가 저절로 회복되는 힘센 '괴물'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슬에 묶어 놓았던 크리처에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뭐든 다른 단어도 말할 수 있으면 살려주겠노라고. 크리처는 빅터라는 단어를 반복하다가 빅터가 뒤돌아 떠나기 시작하자 새로운 단어를 말한다.
"빅터...... 엘리자베스..."
빅터는 멈칫한다. 그러나 그대로 건물 밖으로 나가 버린다. 엘리자베스는 빅터가 욕망을 가졌던 대상이고 크리처를 보고도 친절했던 여인의 이름이다. 그는 지능이 부족한 실패작이라고 여겼던 크리처가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 자신의 창조한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낀다.

✦ 크리처는 죽지 않는다. 사슬을 풀고 건물 밖 바다로 뛰어 들어 살아 남았고 기억을 잃는다. 크리처는 숲에서 깨어났고 그곳에 살고 있던 한 가족의 오두막에 숨어 든다. 그들을 지켜 보면서 삶을 배우는 크리처. 가족 구성원들이 늑대들을 사냥하고 겨울을 준비하러 떠나 있는 동안 노인 한명만 오두막에 남게 된다. 크리처는 노인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노인은 장님이었기 때문에 크리처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다. 크리처는 계절이 지나도록 지혜로운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 크리처에게 노인이 실낙원이라는 책을 건네 주면서 말한다.
"인간은 신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신조차 질문을 품고 계시지. 신도 답을 원했기에 우리에게 아들을 보내신 게 아닐까? 죽음이 궁금하셨을 거야, 고통도."
엘리자베스라고 말하던 크리처에게 두려움을 느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모습과 함께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다.
✦ 크리처는 기억을 더듬어 불탄 건물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남아 있는 기록들을 보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노인이 있는 오두막으로 되돌아 오는데 노인은 늑대 무리의 습격을 받았다. 죽어가고 있는 노인에게 크리처는 말한다.
"내가 뭔지 알았어요. 뭘로 만들어졌는지도. 난 시체 더미에서 태어났어요. 누더기죠. 쓰레기와 버려진 시체들을 이어 붙인... 난 괴물이에요."
빅터라는 단어밖에 말하지 못했던 크리처가 스스로를 언어로 요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에 노인은 대답한다.
"네가 뭔지는 내가 알지. 넌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넌 내 친구잖아."
2025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결말은 원작 소설과 달리 완전한 파국이 아니다. 크리처가 눈먼 노인에게서 따뜻함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