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농민 백암순대 본점 / 밴드 음악같이 다층적인 맛의 순대국


병원을 가기 위해 찾은 선릉에서 만난 농민백암순대.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어 유명한 가게의 명성만큼 깊은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밴드 음악같은 곂곂이 쌓인 맛을 선보인 농민백암순대를 소개합니다.


선릉 농민백암순대


아침 11시에 문을 여는 농민백암순대. 저는 10시쯤 병원에서 나와 천천히 주변을 산책하며 가게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10시 45분쯤 도착하니, 세상에 가게앞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농민백암순대 본점


비닐로 쳐진 텐트 안에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실제 인원은 보시는 사진보다 많습니다. 한국에서 오픈전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이 기다리는 식당에 가본 것은 정말 오랫만이네요. 토요일 오전이라 오픈하는 시간에는 한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습니다. 



여기 보이는 대기열이 아침 오픈할 때의 상황입니다. 가게 도착한 후 대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현관 근처의 대기판에 꼭 이름을 남겨주세요.


농민백암순대 영업시간


맛집이라 그런지 영업시간도 길지 않네요.



가게 밖 마루가 있을 곳에도 비닐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두었습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뜻이겠죠?



가게 안은 평범한 순대국집 인테리어. 많은 사람들이 깊은 순대국맛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농민백암순대 메뉴


메뉴는 무척 단순합니다. 국밥, 순대, 술국, 수육, 오소리감투. 순대국집에서 많이 하는 순대곱창볶음도 없네요. 순대국의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메뉴판이네요. 



잠깐 기다려서 드디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테이블은 미리 세팅되어 있네요.



순대국의 친구 부추. 알듯 모를듯 양념이 되어 순대국 맛을 헤치지 않습니다.



새우젓은 살짝 매콤한 맛이 나서 순대나 고기 찍어먹기 좋았습니다.



고추 찍어먹는 된장. 저는 순대 찍어먹는 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집 고추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옆자리 손님이 먹고 입안에 부채질 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패스...



예상외로 평범했던 깍두기. 순대국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는지 깍두기 인상은 매우 흐릿합니다.



다음에는 양념으로 고추를 넣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오늘의 숨은 주인공, 들깨가루. 그냥 봐서는 들깨가루 같지 않은데 들깨가루 입니다. 아마 들깨 말고도 다양한 양념을 넣으신게 아닐까 합니다.



그냥 맛을 보면 평범한 들깨가루인데, 먹다보면 그릇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오묘한 깊은 맛을 내줍니다. 백암순대의 순대국은 이 들깨가루를 얼마나 넣었냐에 따라 맛이 극적으로 변합니다. 만약 백암순대를 찾으신다면, 들깨가루를 넣지않은 국물과 넣은 국물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밥은 역시나 평범.



저는 정식으로 주문해서 순대와 고기가 함께 나왔습니다.



잘 삶아진 고기의 부드러운 자태. 잡내 하나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줍니다.



피순대가 아닌 고기순대는 정말 오랫만이네요. 이 순대만으로도 백암순대를 찾을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선릉 백암순대


마치 순대로 감싼 만두를 먹는 기분이랄까요. 은은히 감도는 육즙이 순대를 씹을 때 마다 조용히 스며나옵니다. 하나 둘 먹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안 가득 육즙의 고소함이 배이는 신비한 음식.





정식으로 나온 고기를 먹고 있으니 드디어 순대국이 도착합니다.



들깨가루를 잔뜩 넣고 잘 섞어 줍니다. 처음 도착했을때는 맑은 국물인줄 알았는데, 순대국안에 다대기가 미리 들어가 있네요. 다대기는 국물 안쪽 깊은 곳에 숨어있어 건져내는 것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주문할 때 빼달라고 이야기해야 겠네요. 



건더기의 양은 평균입니다.


선릉 농민백암순대 순대국


하지만 맛을 평가한다면, 엄지손가락 하나를 자신있게 들어올릴 수 있겠네요. 좋은 육수를 몸을 오래 담그고 있었는지 거기를 씹을 때 마다 고기의 맛과 국물의 맛이 조화롭게 흘러나옵니다.



거기에 한박자 늦은 양념의 감칠맛이 더해지면! 저절로 눈이 감기는 맛이네요.



비계부위도 스르륵 녹아내립니다. 씹을 필요도 없이 스테이크 육즙처럼 혀 위에서 입아래로 폭포처럼 흐르는 느낌. 거기에 메아리 남는 듯 감칠맛을 남기가 사라집니다.



순대는 많이 들지 않아 정식이 아니었다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기본 탐색 후 부추를 넣고 본격적으로 순대국 맛을 음미합니다. 백암순대의 국물맛을 평가하자면, 밴드 음악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국물 한 스푼을 입에 처음 넣었을때 음?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특별한 맛이 안났거든요. 그런데 그런 감상도 정말 0.1~0.2초 정도, 응축했던 깊은 감각이 산불처럼 입안에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밴드음악을 시작할 때 조용하다가 갑자기 드럼의 두두두두두 연주가 시작되는 느낌으로 말이죠. 그리고 다음으로 육수의 고소함이 임안을 감돌며 혀를 자극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삼키면, 국물 속에 숨어있던 들깨의 고소함이 마지막 일격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국물 한스푼에서 한곡의 밴드 음악을 들은것 같은 감상을 받아, 첫 숟가락을 움직이고는 한동안 다음 숟가락 질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해보이는 순대국에서 이런 다층적인 맛을 낼 수 있구나. 순대국의 시계에는 아직 제가 모르는 수많은 색상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네요.


저의 혼을 빼앗았다 돌려주었다 흔들었다 놓았다 즐겁게 가지고 놀아준 농민 백암순대. 앞으로 달마다 선릉에 가야하는데, 그때마다 찾아뵐것 같네요. 다음은 순대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정말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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