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주년을 맞은 서울로 7017을 산책하던 중 뜻밖의 팝업스토어를 발견했습니다. 천막 형태의 팝업 스토어에 예쁜 구두와 옷들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역일대 지역제조산업 팝업스토어라네요. 서울로 목련마당 일대에 6월 중순부터 오픈했으니 제가 방문한 시점은 행사 종료 하루 전입니다.
팝업스토어 정면 '뜻밖에멋쟁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서울로 팝업스토어는 염천교 수제화 장인들과 청파서계 봉제 장인들 그리고 숙명여대 의류학과 학생 디자이너들이 그 솜씨를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염천교 수제화산업과 청파서계 봉제산업은 대한민국 수제화와 봉제 산업 역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염천교 수제화산업은 1925년 경성역(오늘날 서울역) 완공과 더불어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서울역 근교 염천교 지역에서 구두산업을 시작, 1970~1980년대 국내 수제화산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당시 전국 최고 구두 도매시장이었다고 합니다.
70~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염천교수제화거리는 지금도 100여개가 넘는 업체들이 모인 전국적 규모의 수제화 제조 지역입니다. 남성화, 여성화, 댄스화, 건강화, 등산화까지 품질 좋은 신발의 맞춤 제작을 맡길 수 있는 곳들입니다.
염천교수제화거리는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서울로 팝업스토어에 수제화를 선보인 염천교 업체는 굳이어제화, 성광제화, 털보제화, 신성제화, 릴리슈, 미래제화, 더로드, 드봉제화 등 17개 업체입니다.
그 중 염천교 수제화 장인 일부가 직접 구두 제작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네요. 구두 가죽 제품 제조에 최소 20년 이상을 몸담은 장인들입니다. 그 솜씨를 직접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세븐웰제화 안효성 장인(경력 46년), 이태리제화 고기황 장인(경력 44년), 더존댄스화 박해권 장인(경력 50년), 리디머 한대룡 장인(경력 21년)
올해 9월에는 매주 금요일 '서울역 수제화 DIY 공방'이 운영된다고 하니 수제화 만들기에 관심있는 분들은 메모해 두시기 바래요.
서울로 팝업스토어 왼쪽에 염제교 수제화가 전시돼 있다면 오른쪽에는 청파서계 봉제 옷들이 있습니다.
청파서계 봉제산업의 역사도 길어서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요. 청파서계 봉제업체들은 1970년대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의류생산 배후지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여성복 매장에 고급의류를 납품하던 업체들은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도심판매업의 배후생산지로 변화했습니다. 동대문시장과 디자이너숍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바로 청파서계 봉제업체들이라고 하네요.
청파서계 봉제 팝업스토어에는 주로 30, 40대 타겟의 여성복과 더불어 아동용 생활 한복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생활한복 색상이 참 고와 보여서 한동안 서서 구경하였습니다.
서울로 팝업스토어에 비치돼 있는 팜플렛을 읽어보니 청파서계봉제 장인들과 숙명여대 의류학과 학생들이 '이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음은 청파서계 봉제장인과 숙명여대 의류학과 학생들의 디자인 교류를 통해 탄생한 상생 브랜드라고하네요. 주 대상은 30, 40대 여성들입니다.
이음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경우 서울로 팝업스토어나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서 주문 가능하다고 합니다. 제품 주문 후 제작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서울로 팝업스토어를 통해 염천교 수제화와 청파서계봉제 산업의 역사를 알게 되었어요. 대한민국도 급한 산업화 시기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장인들이 보다 사랑받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접어들기를 바래봅니다.
* 늦은 오후 서울로 7017을 거닐다/ 식충식물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 실물 체험, 고가공원과 어우러진 서울의 석양 풍경/ V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