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다양한 것이 떠오르죠. 바다, 해변, 빙수, 아이스크림! 하지만 직장인의 빠듯한 점심시간이라면 여름이나 겨울이나 큰 차이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하나 있네요. 바로 계절특선 메뉴. 겨울 특선, 가을 특선, 봄 특선은 없지만 왠지 여름만큼은 특선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콩국수와 냉면이죠!
이번주는 탕수육이 맛있는 중국집 타오를 연속 방문했습니다. 바로 콩국수와 중국식냉면,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이 진귀한 친구들을 영접하기 위해서죠.
언제나 변함없는 곳, 타오입니다.
탕수육은 여전히 맛있고 짜장면은 여전히 심심하지만, 그래도 기본기는 확실한 가게죠.
기본기가 튼튼한 곳에서 특선 메뉴를 한다면 놓칠 수 없겠죠?
저의 여름을 책임져줄 콤비, 콩국수와 중국냉면 입니다.
첫날은 콩국수입니다. 원래 콩국수는 전문점이 아니면 먹지않는 주의입니다. 콩국수의 생명은 콩국인데, 이 콩국을 제대로 내리는 것은 정말 힘들일이거든요. 여름한정으로 콩국수를 파는 선배 한분을 아는데, 여름만 되면 맷돌질에 살이 쭉쭉 빠지십니다. 이런 노력없이는 제대로된 콩국을 만들 수 없죠.
다행히 타오는 제대로까지는 아니지만, 괜찮은 콩국을 만듭니다. 그래서 콩국수도 먹어줄만 하죠.
조명 때문에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데 콩국수의 국물색이 살짝 녹색입니다. 완두콩을 넣어 갈았을리는 없고 뭔가 비법이 있을 것 같은데 여름한정으로만 먹어서는 모르겠네요. 타오의 콩국수는 그레이트는 아니라도 더블 굳 이상은 줄 수 있는 준수한 맛을 보여줍니다. 국수도 탱탱하고 국물과 잘 어울리죠.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살짝 간간하면서 콩국수의 생명인 담백함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콩국수 전문점이 있을리 없는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손에 꼽을만한 콩국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오의 재밌게도, 전라도식 콩국수 먹는 법인 설탕 넣기도 수월합니다. 저는 콩국수에 아무것도 안넣어먹습니다만(아주아주 싱거울 때 소금 반꼬집 정도 넣을까 말까하는 정도) 함께 간 팀원 중에는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먹는 분이 있습니다. 전라도식이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아직 생소하네요.
타오는 이 생소한 방법을 잘 알고있는지 콩국수가 나올 때 소금과 함께 설탕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헤맬 것 없이 설탕을 듬뿍 넣어 먹을 수 있죠. 설탕 넣은 콩국을 딱 한숟갈 맛만 보았는데 상상과 달리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전라도식 콩국수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걱정없이 찾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하루 쿨타임을 갖고 이튿날 다시 타오를 찾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바로 중국냉면! 한국냉면과 중국냉면,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지만 국적이 다른 만큼 매우 다른 음식입니다. 중국냉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건반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네요.
건반면은 마른 국수에 여러가지 토핑을 얹어 비벼먹는 일종의 비빔국수인데, 여기에 땅콩버터를 넣어 비벼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땅콩버터 건반면이라고 하면 좋을 이 요리에 육수를 부은것이 바로 중국냉면이죠.
중국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 중국냉면은 중국에 없습니다. 짜장면과 비슷한게 한국에서 태어난 한식중화요리입니다. 중국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땅콩버터 건반면은 국물이 없다는 점에서 기원이라 할 수는 있을지언정 같은 음식이라고는 할 수 없죠.(마치 닭의 조상이 공룡인 것 같은 관계랄까...)
이런 퓨전하면서도 역사가 짧은(20세기 전에는 없었던 요리라고 하니까...) 중국냉면에 정통을 따지는 것은 우습지만, 어쨋든 정통 중국냉면이라고 한다면 새콤한 닭육수에 땅콩버터를 넣어먹는 것을 뜻합니다. 땅콩버터를 뺀다면 초계국수와 비슷하겠네요. 그리고 고명으로 닭고기가 올라가죠. 닭고기 고명은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사랑받는 한국냉면과 다른 점 중 하나네요.
타오의 중국냉면은 제대로된 중국냉면 맛을 보여줍니다. 일단 닭뼈를 새콤하게 잘 우려낸 육수가 훌륭합니다. 다른 음식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새콤하고 차가운 닭육수 요리! 그래서 저는 중국냉면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땅콩버터가 새콤함으로 시작한 맛의 아리아를 고소하게 잡아줍니다. 훌륭한 조화죠.
타오는 좋은 중국요리집이 분명합니다. 이 가게는 음식이 가져야하는 기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한눈팔지 않고 그 본질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직합니다. 어떤 요리를 떠올렸을 때 그 요리가 놓치지 말아야하는 핵심, 그것을 타오는 보여줍니다.
물론 기교를 부리거나 잔재주를 펼쳐놓지 않아 가끔 심심한 요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감고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음식의 바로 그 맛, 그 맛을 느끼고 싶다면 구로디지털단지의 중화요리집에서는 타오만한 집은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여름이 가기전에 열심히 콩국수와 중국냉면을 먹어둬야 겠습니다. 잘먹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 중식당 맛집 '타오'/ 탕수육, 타오 특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