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평양냉면 같은 재난영화/ 전쟁의 스펙터클은 없는, 하지만 메시지가 남는 사극


조선 중기 최악의 굴욕으로 역사에 남아있는 병자호란.


청나라의 황제에게 조선의 왕이 머리를 숙였던 대사건이지만, 임진왜란과 달리 뭔가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서인지, 인지도는 높지 않은 이야기다.


이순신같은 명장의 등장도, 행주대첩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승도 없는 어찌보면 심심한 역사.

영화 남한산성은 배경 역사의 흐름처럼 심심하게 전개된다. 


남한산성 영화 후기


그렇다.

영화 남한산성은 심심하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박희순 거기에 [내부자들] 에서 존재감을 알린 조우진.

감독은 단독주연으로 영화 하나를 훌륭히 이끌 수 있는 배우들을 남한산성 좁은 공간에 던져놓는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한다.


실제 역사에서는 청나라 군대의 공성과 그에 맞서는 수성이 어우러져, 짧은 시간이지만 치열한

전투를 치뤘다. 


영화 남한산성은 중반 두번의 소규모 전투와 마지막 전투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스펙터클이 없다.


영화의 흐름은 단순하다.

성문을 열고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인가.


영화는 어떤 극적인 반전도, 희망찬 전개도 없다.

그저 역사라는 강물에 던져진 나뭇잎이 너무도 정직하게 정해진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오는 인물 누구도 호란에 대항하지 못한다.

너무도 뻔한 운명에 누구는 발버둥치고 누구는 담담해지지만

결국은 받아들인다.


영화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죽음으로 지키는 고귀한 삶인가.

굴욕적이어도 이어가는 삶인가.

마지막 이어가는 삶은 선택한 자와 그것을 거부한 자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결말에 도달한다.






영화 남한산성이 재밌는 영화인지 묻는다면 단언코 아니라 하겠다.

전투장면도 맥빠지고, 지적하고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니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기대하는 화끈함은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대신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배우들의 열연을 타고 관객에게 전해진다.

뛰어난 연출력이 관객들을 눈내리는 남한산성 한복판으로 옮긴다.


스펙터클 없는, 하지만 메시지가 깊은 재난영화.

평양냉면같은 재난영화라함이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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